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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날아간 27살 젊은이의 꿈! 하지만, 포기란 없다

두레박사 2010. 10. 13. 23:21

태풍으로 날아간 27살 젊은이의 꿈! 하지만, 포기란 없다

 

태풍으로 날아간 27살 젊은이의 꿈! 하지만, 포기란 없다
태안군청 건설도시과, 보건의료원 대민지원팀 자원봉사의 하루

“아들이 마음속으로 많이 울고 있을 것.”이라며 어머니는 아들의 마음을 엿보듯 자신의 마음도 다독인다. 태풍 곤파스가 27살 청년의 꿈을 앗아 간 현장..
시목1리 이용환(사진)씨는 올해 큰 꿈을 안고 국화꽃 재배(3,966㎡)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일 태풍 곤파스로 인해 이씨가 올해 새로 지은 비닐하우스는 모두 허물어졌고 밭에는 초상집 같이 흰국화가 널부러져 있었다.

4년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올해 도시에서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 화훼업에 비젼을 품고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이씨는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마음만 급했다.
이때 이씨 농가 지원에 나선 것은 태안군청 건설도시과와 태안군보건의료원 직원 15여명으로 토요일인 지난 11일, 기자도 동행 하게 됐다. 전날 장대비가 퍼부으면서 대부분의 자원봉사지원 일정은 취소 되었지만 군청 직원들만은 예외였다.
오전 10시, 대민지원에 나선 직원들은 준비해 온 장갑을 끼고 덥지만 긴옷을 입은 채 작업에 필요한 채비를 갖춘다. 또 작업에 필요 할 것 같은 웬만한 도구는 손수 챙겨온 일행은 준비성도 제법 이었다.

하나, 둘, 셋, 여엇~ 차~

이날 남자들에게 부여된 일은 부서진 비닐하우스를 제거하는 것. 비닐하우스 철근 연결 고리를 하나하나 먼저 풀고 철근을 뽑아내는 작업에 들어가자 누구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하나, 둘, 셋, 구령이 붙여졌다. 손발이 맞아야 일의 성과도 크고 재미가 있는법.
계속해 내린 비가 땅에 스며들어서 철근이 비교적 쉽게 뽑히긴 했지만 그래도 힘이 덜 들게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앞에서 철근을 사방으로 흔들어주는 팀이 있었다. 또 제거된 철골을 들어서 가장자리에 이동하는 팀도 역시 하나, 둘, 셋, 여엇~ 차~ 소리가 철골 수 만큼 반복됐다.
11시가 조금 넘어서 소원면사무소 박강서 부면장이 지원팀을 격려차 현장에 방문했다. 빵과 음료를 양손에 들고 온 그는 고생이 많다며 직원들에게 간식을 권유했지만 아무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오전 일정을 마쳤다.
지원팀은 어떻해야 할지 모르고 어려움이 있을 때 주인 이씨를 찾았다. 그는 비닐하우스를 익숙한 몸놀림으로 오르내리며 지원팀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었다.
뜨거운 날씨에 땀은 비오듯 한다. 여성들은 국화밭에 씌워졌던 비닐을 걷어 내는 일에 가장 많이 몰렸다. 두사람이 짝을 이뤄 밭둑 양끝에서 차례로 비닐을 당겨 걷어내는 것이 쉬워 보였지만 기자도 함께 해보니 비닐 안으로 흙과 국화대들이 모여 일일이 밖으로 걷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드디어 점심 식사 시간이 됐다. 오후 1시 30분을 기약하고 건설도시과와 보건의료원팀은 각자 예약해 놓은 식당을 향했다. 기자는 여성인력이 많은 보건의료원팀과 합세를 했다. 메뉴는 김치찌개. 식사 초반 “이럴 땐 막걸리 한잔씩 먹어야 일도 잘되는 건데~”라고 누군가 한마디 하자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다. 잠시 후 들여온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시원하게 한잔씩 쭉 들이키며 웃음꽃으로 피로를 푼다.

트랙터도 별거 아니네

식사 후 나른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오후 일정에 따라 이씨 농가에 도착하니 건설도시과 팀이 벌써 오전에 하던 일에 이어 구령을 붙이며 다시 구슬땀을 흘렸다.
일행은 말없이 한동안 일을 하였고 비닐하우스 3동째를 얼마 남기지 않고 철골이 뽑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이때 이 마을 문대영 새마을 지도자가 이씨 농가를 찾아왔다. 문씨는 트랙터를 동원해 철골에 줄을 묶어 뽑기를 시도했지만 철골이 미끄러워 번번히 실패하면서 시간은 지체되었고 3시경이 되자 빗방울이 떨어졌다. 지원팀은 힘이 들지만 몸으로 하는 것이 빠르다 싶어 마지막까지 철골 제거를 마쳤다.
이날 대민지원에 나선 건설도시과 가용현 건설행정담당은 “집 산소 주변에 나무가 쓰러졌는데 20만원 인건비 들여 사람 보내 놓고 왔어.”라며 일행들과 얘기를 주고 받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오늘 일은 우리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문대영씨는 “젊은이가 시골서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안타깝게 됐다”고 걱정하며 “ 나같은 사람은 안도와 줘도 괜찮으니 이 청년 만큼은 꼭 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이씨를 깊게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이씨는 “올해 투자한 것을 빚으로 떠안아 계획했던 꿈은 허물어 졌지만 태안군청 지원팀이 정말 큰 힘이 되었고,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면서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은화 기자